드라마 「피노키오」는 기자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기자란 직업이 얼마나 매력 있는지, 또 그만큼 힘든 직업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드라마 속 기자들은 수습기간 동안에 잠 못 자고 경찰서에서 숙식하며 사건만을 쫓아다녀야 한다. 사건 보고를 해야 하는 시간에 보고를 하지 못하면 호되게 혼나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다면 진짜 기자들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는 사람들의 설움과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기자들의 애로사항에 정작 귀 기울여 본 적이 있었을까? 또한, 우리가 티비나 스마트 폰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는지 알아보려 한다.
 
아무도 문제라 여기지 않던 것의 문제점을 찾아 세상에 알리고 변화로 이끄는 것이 ‘기자’들의 일이라고 말하는 김보영 기자를 만나보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종합경제미디어 언론사 ‘이데일리’의 사회부 사건팀 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보영이라 합니다. 현재 26세(만24세)이고, 이제 막 수습을 떼고 정기자를 달았습니다. 강남라인을 거쳐 현재는 영등포(구로, 영등포, 강서, 양천) 일대의 경찰서 관할 구역과 서울남부지방법원, 검찰청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기자를 꿈꾸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에 막연하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12년 대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그때 한창 대학에 반값등록금 운동이 펼쳐질 때였어요. 정말 친했던 여자 선배가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며 총장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죠. 언론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학보사, 각종 언론사 등등 취재를 요청하며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음에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
 
결국 그 선배는 어떻게든 이 문제와 학생들의 절박함을 알리고자 삭발 집회를 열었어요. 저는 그 때 그 선배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었습니다. 그제야 언론이 주목을 해주었어요. ‘여대생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다’는 취지의 기사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유명 포털 메인에도 올랐습니다. 그 때 처음 언론의 힘을 알았어요.
 
아무리 수많은 사회문제가 우리 일상을 감싸고 있어도 결국 문제화를 시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들은 언론밖에 없다는 것을요. 결국 등록금 인상 문제는 잠정 중단이 되었고 총장과의 대화가 열렸습니다.
 
그때부터 웃음과 감동 이면의 슬픔과 어두움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민감한 슬픔과 어둠을 건드려 웃음과 감동으로 승화시켜줄 중개자는 기자구나 깨달았습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힘이 주어진 건 똑같으니까요)
 
그렇다면 난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한 것 같아요. 영상으로 감동과 코미디를 전하는 것도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회의 문제점, 이면을 보게 되더군요. 그것을 글이나 연출이 덜 가미된 사실적인 영상으로 진지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어떻게든 숨어있는 문제와 애환들을 빠르게 잡아내서 현장을 뛰어다니는 사람이 참 멋있게 보였어요. 세월호를 겪으며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고요. 
 
아예 꿈을 튼 건 2015년 초에요. 현실적으로는 PD 입사 지원했을 때보다 기자로 지원했을 때의 합격률이 더 높았기에 바꾼 것도 있습니다.
 
 
흔히 ‘언론고시’라고 하는데 기자가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과정들을 거치셨나요?
 
사실 전 준비를 오래한 축에는 속하지 못해요. 기자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2015년 8월인데 12월에 합격했으니 아예 마음잡고 기자 준비에 매진한 것은 5개월 정도죠. 다만 한국어 능력 시험이나 논술, 작문 준비, 독서 등은 전부터 꾸준히 해왔습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글 연습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기보다는 합격자로 뽑힐 만한 내공과 경험을 증명하는 과정이 힘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논술, 작문 같은 것들은 타고난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마음 다 잡고 1년만 매일 매일 꾸준히 해도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를 수 있다 생각합니다. 다작과 다독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다만, 아무리 필기 연습을 꾸준히 해도 결국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독특한 경험, 현장과의 친화력이 필요합니다. 필기 연습을 꾸준히 해 아무리 글을 잘 써도 결국 필기 후에 따르는 실무 평가(현장 취재)에서 역량이 갈리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굳이 기자를 생각하지 않고 겪었던 경험들이 플러스가 된 것 같습니다. 춤 동아리의 회장으로 일했던 경험, 관악FM의 리포터 겸 극본작가로 활동했던 경험, 호주 교환학생에서 워킹홀리데이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를 위한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한 경험, 록 페스티벌이나 일렉 페스티벌 등 각종 공연, 축제의 기획으로 활동한 경험 등등이요. 
 
2015년 7월에는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 공모해 ‘게이 커뮤니티에서 성매매를 하는 소년들’을 취재하고 르포를 써 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험이 많이 발생해 곤란을 겪은 적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자가 되기 위한 자질을 기를 수 있던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따로 언론사 인턴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언론사 인턴활동 경력을 쌓는 것도 기자가 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기자가 되기 전 자신이 이 직업과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요.
 
 
드라마 ‘피노키오’를 보면 기자 분들이 취재 때문에 잠자는 시간도 부족하더라고요. 실제 기자 분들의 하루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지 무척 궁금해요.
 
사실 한가할 때 엄청 한가한 게 기자이기도 합니다. 다만 기자란 직업이 사건을 쫓아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출근 시간, 퇴근 시간, 활동 공간이 자유로워도(사회부는 특히 자유롭습니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꼼짝없이 밤을 새야 합니다. 즉 힘든 점이 있다면 내 일정을 내가 자유롭게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죠. 유동성이 워낙 커서 친구들이나 취재원과 약속을 잡아도 사건이 터져 번번이 펑크를 낼 때가 많아요.
 
다만 기자들이라면 대부분이 수습기간 동안 ‘사스마와리(경찰서 순회)’와 ‘하리코미(경찰서 숙식)’를 거치는데 이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빡빡하고 잠 잘 시간이 정말 부족합니다. 피노키오에서도 나온 바 있죠.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주인공들이 경찰서에서 경찰들과 먹고 자며 ‘사건’을 구걸하는 모습은 현실 기자들이 모두 거치는 과정입니다. 
 
매일매일 경찰서를 돌며 선배에게 전화로 각 라인(할당된 지역구의 경찰서들을 ‘라인’이라 합니다. 강남, 영등포, 관악, 동부, 중부, 종로, 혜화북부, 마포 등으로 나뉩니다. 그 중 강남과 영등포가 가장 사건 많기로 악명 높은 곳입니다. 종로는 집회 시위가 많아서 힘든 곳이고요) ‘보고’하는데 보통 두 시간 혹은 한 시간마다 새로운 정보나 사건을 찾아내 보고해야 합니다. 보고 거리를 찾지 못하면 호되게 혼납니다. 보통 첫 보고는 새벽 다섯 시나 오전 일곱 시, 마지막 보고는 새벽 1시 심한 곳은 2~3시에 끝나기도 해요. 새로운 정보를 한 시간 내지는 두 시간 만에 만들어야 하니 잠 잘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겠죠.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거친 현장에 투입되는 기자들 역시 대부분 ‘수습’입니다. 보통 경찰이나 사건이 터진 기관에선 일정을 비밀로 부치기 때문에 필요 시 하루 종일 잠복해 대기하는 소위 ‘뻗치기’의 과정도 불사해야 합니다. 이런 일정으로 주 6일을 일합니다. 토요일 하루를 쉬는데 그 때는 거의 집에서 잠만 잔 것 같습니다. 
 
 
기자라는 직업, 보람도 있고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힘든 일도 많을 것 같아요. 기자님이 겪은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변사 사건’, 특히 ‘자살’ 사건을 취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사회부 기자들의 주 업무 중 하나가 매일 매일 자신이 맡은 라인에서 발생한 소방상황(변사, 화재, 구조, 구급 등)을 체크하는 것인데 ‘변사’가 발생했을 경우 심상치 않은 사건이다 싶으면 취재에 들어갑니다. 
 
경찰은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사망자의 신원이나 사인, 주변 정황에 대해 철저히 함구를 합니다. 그런데 기자들은 이를 어떻게든 취재를 해야 합니다. 그럼 결국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사망자의 주변인들, 즉 유가족들에게 물어보는 것뿐인데 저는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늦은 밤 장례식장에 가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맞을 뻔한 적도 있고,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온 사망자의 애인에게 질문을 하려다 욕설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욕설을 듣거나 얻어맞을 공포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슬픔에 빠져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유가족들과 그들의 상실에 찬 눈을 보고도 모질게 질문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건 기자 생활을 아무리 오래 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가 될 듯 합니다.
 
 
주로 어떤 기사를 작성하고 기사 하나가 제작되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사회부 사건팀 소속 기자다 보니 사건 발생 기사, 지방법원 판결 기사를 주로 쓰고 일상 속 사회적 문제를 잡아내거나 고발하는 기획기사를 작성합니다. 우선 매일매일 아침마다 사건팀장 선배, 일명 ‘캡’에게 그날의 동선과 계획, 주요일정, 취재사항, 기사계획 등을 보고합니다. 매일 매일 기획기사 아이템을 하나씩 내야 합니다.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취재를 한 후 기사를 작성하겠다고 보고하죠. 우선 바이스(캡을 보조하며 직접 기자들을 지휘하는 부팀장)에게 보고를 하면, 바이스가 캡에게 보고를 올립니다. 캡은 보고들을 본 뒤 적당한 것은 주요 계획에 넣고 아니다 싶은 것은 킬을 시킵니다. 그 뒤 사회부장에게 최종 보고를 올리는 식입니다. 부장선까지 통과가 되면 본격 취재에 들어갑니다. 마감기한 안에 필요한 멘트를 따고 취재를 마치면 초안을 올립니다. 그 초안을 캡이나 바이스가 데스킹(기사 점검, 수정)을 본 뒤 사회부장이 마지막으로 최종 데스킹을 봅니다. 그 뒤 기사로 출고가 되는 체제입니다.
 
다만 사건 현장검증이나 유명인사의 고소, 소환조사 등 속도가 중요한 기사들은 부장이 데스킹을 보기 전에 캡이나 바이스가 직접 자진 출고를 해 냅니다. 수습은 자진 출고 권한이 없지만 정기자들 대부분은 급할 경우 자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출고 후 기사를 수정하는 경우도 많고요. 경찰서 사건 기사를 취재해 기사를 내는 경우엔 기사를 내기 전 담당 경찰 측에 ‘이 사건 언론에 내보내겠다’는 예상 보도 보고를 거치기도 합니다. 
 
또 지방법원엔 ‘공람’이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매일 매일 판사들이 결재한 사건 판결문들을 기자들이 읽어보는 것을 말합니다. 공람에 올라오는 판결문들 중 기사거리가 되는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공람은 매일 거치는 중요 일정 중 하나입니다. 이 외에 재판을 직접 참관해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기자로서의 자질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본이 되는 자질은 ‘글 실력’이라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평평하고 단순한 하나의 사실에서 ‘이면의 문제점’을 잡아낼 수 있는 통찰력과 예리함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도 문제라 여기지 않던 것의 문제점을 찾아 세상에 알리고 변화로 이끄는 것이 ‘기자’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가장 낮은 곳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소외된 채로 남아있지 않게 돕는 것이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기자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시민들의 복지와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 다른 부서 경험은 못 해보았지만 사회부 기자로 활동할 수 있어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복지 문제 전문 기자’나 ‘소외 계층 관련 탐사 보도’를 잘 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여러 단독을 내는 기자도 좋지만, 훌륭한 기획으로 작은 것부터 변화로 이끌 수 있는 기자가 되는 것이 현재로서 가지고 있는 제 궁극적인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