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공부의 배신>이라는 방송을 봤다. 중학교 3학년인 학생이 아침 일찍부터 새벽까지 에너지 음료를 마시며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는지 펜을 쥔 손가락의 피부가 다 벗겨져 있었다. 회사원들보다도 더욱 부족한 수면시간에 건강에 이상이나 생기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기도 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매달리는 걸까?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왠지 모두 자신의 꿈을 멋지게 펼치며 살아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엄청난 노력을 하기도 하고,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조차 그저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꽤나 많다고 한다.

“ 자신의 적성을 찾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

본인이 꿈꾸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즘 불황에 빠진 우리나라를 보면 자신이 꿈꾸는 삶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는 없다. 자신이 가진 무기로 책을 출간하거나 강연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딴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하게 살아간다. 학교를 갈 때가 되면 학교를 가고, 직장을 잡을 때가 되면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할 때가 되면 결혼을 한다. 다만 이 똑같은 모습에서 자신이 더 낫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남들과 ‘같은’ 길에서 더욱 ‘열심히’ 살아간다.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고속도로가 가장 빠른 길이라고 모두 고속도로로 가면 결국 길은 막힌다. 오히려 느긋하게 다른 길을 즐기며 천천히 가는 사람이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까지도 고속도로로 달려야만 멋진 인생을 산다고 믿는다.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종종 언론이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그만큼 적성을 찾아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 아닐까.

“ 남들과 같은 길에서 열심히 하는 것의 위험성 ”

수능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어릴 때 학교를 다니며 수능을 잘 보기 위해 공부를 한다. 수능을 잘 봐야 좋은 대학교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멋지게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능 시험만 보고 달린다. 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들을 제치고 앞서야 한다. 내가 다른 친구들을 제치면, 나처럼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친구들이 다시 나보다 앞서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한다. 그런 친구들이 다시 나를 제치면 나는 또 다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악순환이다.

이렇게 학생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잠시도 없다. 치열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들어가면 그 치열함은 다시 반복된다. 시험을 위해, 취업을 위해 우리는 다시 공부에 엄청난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죽어라 노력해서 직장을 잡고 일을 해보면 공부할 때와는 또 다른 큰 벽을 만나게 된다. 이런 일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싶기도 하고,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회사로 이직 준비를 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다른 회사를 가도 다르지는 않다.

그제서야 우리는 또다른 사춘기를 맞이한다. 일명 오춘기,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공부만 열심히해서는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열심히 남들이 시키는 것, 남들이 가는 길만 가다보니 정작 자신을 놓치게 된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을 해볼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이런 고민 없이 열심히만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 잘나가는 사람이라고 나중에도 잘나가리란 법이 없고, 지금 유망한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미래에도 유망한 직업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는 일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잘 안 되도 즐겁게 할 수 있지 않겠냐고.

“ 적성을 찾는 방법 ”

그렇다면 적성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꿈이 수시로 바뀌었다. 어릴 때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다. 게임을 즐길 때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기도 했다. 춤을 출 때는 댄서가 되고 싶기도 했고, 고시에 합격해 전문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다.

자신의 적성을 찾은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두려움, 실패 했을 때의 두려움. 남들은 고속도로로 쌩쌩 질주하는데 나는 국도로 달리고 있다면 뒤쳐진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어린 사람들이 고시에 합격하거나,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띄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워하는 게 아닐까 싶다.

또한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두려운 경우도 많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면 당연히 기회비용이 따른다. 저 사람은 한 우물만 파서 벌써 저만치 깊게 팠는데, 여러 우물을 파다 한 우물도 깊게 파지 못하게 되면 실패라는 생각에 쉽게 여러 우물을 파보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여러 우물을 팠다. 이 일이 하고 싶으면 정말 잘 할 때까지 열심히 해보고, 그 때 가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일을 선택했다. 물론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러기를 여러 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쟤는 하나를 진득하니 못한다.’ 그럼에도 그저 하고 싶은 일만 했다. 남들이 공부만 열심히 할 때 딴짓만 정말 열심히 했다.

10여년이 지나니 나는 내 길을 찾고 출발선에 서있었다. 내 적성을 찾는 데만 1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남들이 다 직장을 잡은 지도 꽤 됐고, 자리잡고 결혼을 한 친구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나는 어딜 가든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목이 잡힌다.

결국 내가 찾은 ‘적성을 찾는 방법’이란 그저 즐기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가 없다면 그만두고 다른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머리로 즐겼던 것이랑 마음으로 즐겼던 일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열심히 마음 가는 일을 즐기다 보면 결국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뚜렷이 알 수 있다.

“ 인생은 그리 짧지 않다 ”

많은 사람들이 ‘빨리’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인생은 그리 짧지 않다. 누군가는 인생은 짧다고 하겠지만, 인생은 내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을만큼 길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있을만큼 길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들만 골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적성을 찾는 길은 험난하다. 그것은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처음 선택한 일이 내 적성이 될 수도 있고, 평생 적성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두려움을 느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적성을 찾는 출발선이 아닐까 싶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항상 연봉이 최상위에 속하는 직업군이었지만 지금은 조선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그렇게 멋져보이던 은행원들도 이제는 은행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무얼하든 잘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잘 될 때는 즐거울 수 있다. 그러나 안 될 때는 그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그러나 내가 즐기는 일이라면 잘 될 때는 더없이 즐거울테고, 힘들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버틸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든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는 꿈이나 적성을 ‘직업’이 아닌 ‘내 삶의 가치’로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 브런치 “적성을 찾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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